일본맨션학회 제33회 학술대회

우리관리, 집합건물법학회, 주생활연구소 참석
법·제도부터 공동체 활성화까지…한국 관리문화 알리고 소통

[아파트관리신문=양현재 기자] 일본맨션학회 제33회 학술대회가 지난달 19일, 20일 양일간 일본 요코하마 개항 기념회관에서 개최됐다. ‘맨션(한국의 아파트)의 미래를 창조한다’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학술대회는 메인 심포지엄을 중심으로 8개 분과회, 회원 교류회와 견학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공동주택관리 1위 업체인 우리관리 노병용 회장과 주생활연구소 김정인 부소장, 집합건물법학회 강혁신 회장(조선대 법학 교수) 등이 분과회 주제 발표자로 참여해 한국의 위탁관리 제도와 현황 및 다양한 시스템 소개로 일본 학계 관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학술대회 메인 심포지엄은 ‘맨션관리적정화법 개정을 염두에 둔 미래–새로운 사회적 자산으로서의 맨션’을 주제로 진행됐다. 메인 심포지엄에서는 ‘그간 일본이 사유재산인 맨션에 대한 소극적 공적지원을 진행했으나 맨션이 사회적 자산이라는 주장이 대두됨에 따라 적극적 행정지원이 필요한가?’라는 내용을 화두로 일본의 맨션 부실 관리 문제, 재건축 관련 사안, 빈집 증가로 인한 의사결정 불능 해소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 논의에는 주택정책연구자, 도시정책연구자, 법학자, 변호사 등이 참여해 의견을 나눴으며 해당 내용은 일본 국토교통성의 맨션정책소위원회에서 논의 후 제도개선에 반영될 전망이다.

맨션시장 정보불평등 해소책으로
K-apt에 일본 관계자들 ‘관심’

김정인 부소장은 제2분과회 ‘맨션관리 정보공개의 신시대’ 테마에서 한국의 공동주택 관리산업 고유 시스템인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의 도입 배경부터 활용 현황, 긍정적 영향과 우려되는 점, 향후 과제 등에 관해 상세히 설명했다.

해당 분과회는 일본의 경우 맨션 구매희망자(소비자)가 맨션의 장기수선충당금 적립 현황이나 관리현황 등 맨션의 가치판단에 주요한 정보를 취득하기 어려워 구매를 주저하거나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맨션 정보공개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 부소장은 “K-apt는 공동주택 관리정보를 종합적·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2009년 6개 항목에 대한 정보공개를 시작으로 2015년 회계감사 공개, 2024년 공개 대상 확대 등 점차 그 범위와 제공하는 정보를 늘려가고 있다”며 “이를 통해 관리비 등 47개 항목에 대한 내용, 개별 단지·전국·지역별 평균 관리비, 단지 간 관리비 비교, 회계감사 결과 등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지자체는 관리 비리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 정부는 장기주택종합계획에 주택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관리비 절감을 위한 근무 인원 감축,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도입에 따른 위탁관리 수수료의 저가 입찰 강제 등의 문제점도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입대의·입주자 등 역할에 맞는 교육·정보 제공 ▲관리비 외 입대의 구성 등 중요한 정보 발신 ▲타 아파트와의 단순 비교가 아닌 정보의 의미를 파악하고 단지 상황에 맞는 관리 비용 지출에 대한 이해 ▲관리소장의 전문성을 살릴 제도적 보완 등의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별도로 정지영 치바대학교 교수와 이영애, 박유나 주생활연구소 연구원은 제8분과회 일반 테마에서 서울시의 공동주택 공동주택 관리정책인 ‘맑은 아파트 만들기’와 ‘S-APT’사업의 내용과 결과 등에 대해 발표했다.

한국의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대해 학술대회 참가자들은 “단지 운영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법적 의무인지”, “맨션 분쟁에 대해 SH공사 등 공공기관에서 관리감독한다는 의미는 무엇인지”, “공동주택관리법상 관리주체와 입대의가 입주자에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정보나 지자체에 신고해야 하는 사안 등을 알리지 않을 경우 행정기관의 제재가 무엇인지” 등 질문이 쏟아지며 한국의 공동주택과 K-apt 시스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일 맨션관리 회사·법제도 비교
“한국 관리현장, 행정관여도 높아”

한일 맨션관리 비교를 주제로 진행된 제7분과회에서는 네기 히데유키 맨션관리사가 ‘일본 맨션관리회사의 실정’을, 노병용 우리관리 회장이 ‘한국의 아파트 관리회사 실정’을 발표한데 이어 강혁신 집합건물법학회장이 ‘한국 집합건물법 현황과 전망’을, 가마노 구니키 와세다대학교 명예교수가 ‘관리회사에 의한 제3자 관리방식에서의 유의점(가이드라인)’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노 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일본의 공동주택 관리와 다른 한국의 주요 특징으로 ▲전기·가스·수도 검침, 청구, 수납, 지불 대행, 연체 관리 등 업무를 관리사무소에서 하는 점 ▲관리비는 정산하고 관리회사는 위탁관리 수수료만 받는 점 ▲적극적인 입주자대표회의 참여로 위탁관리와 자치관리의 차이가 거의 없는 점 ▲행정기관의 직접적 관여 등을 꼽았다.

노 회장은 “일본의 경우 관리회사가 잘못한 경우 행정당국이 지도·조언하고 관리조합에 그 내용을 통보해주는 간접적 감독을 받는데 반해, 한국은 관리회사는 물론 입주자대표회의까지 행정당국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직접적 감독을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 주택관리산업의 애로점으로 “관리회사가 받는 업무위탁비는 위탁관리 수수료뿐인데 ㎡당 8원 정도에 불과할뿐더러 공용관리비 내 위탁관리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0.65%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택관리업체를 선정하는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평가에 있어 “변별력이 없고 획일적인 적격심사 표준 평가표가 입주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공동주택 관리의 다양성을 훼손하며 관리업계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공동주택관리법에서 관리주체를 관리회사로 지정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고 “공동주택관리법 제63조의 경우 사적 계약의 범위를 벗어나 대가 없는 부당한 책임 부담을 강요하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며 “이는 업무 범위·대가가 정해져 있는 사적 계약에 있어 정부가 법률로 대가 없이 관리주체라는 이유로 업무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기에 관리주체는 관리회사가 아닌 입대의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강혁신 교수는 일본의 구분소유법과는 다른 우리나라의 법을 소개하며 “한국의 집합건물법은 일본의 구분소유법을 참고해 1984년 제정돼 이듬해 시행됐고 분양형 공동주택과 상업용 건물 모두에 적용되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법으로 모든 유형의 분양 건물을 통일적으로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공동주택의 경우 집합건물법 외에 공동주택관리법, 주택법 등 공법 영역에서 관리 규정이 보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법령 불일치와 혼란은 제정 당시 참고한 구분소유법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없는 상태로 입법한 점과 정부 주도의 공동주택관리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주거와 상업이 결합된 복합용도 건물에 대한 이원적·삼원적 관리단 도입 ▲소유자 자치와 사법적 자율성을 강화하고 건물 자체가 아닌 권리에 관한 법임을 강조하는 법령의 권리중심성 강화 ▲복합용도 건물·노후 건물 재건축 및 리모델링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집합건물법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의 확장과 절차 구체화 등 확장성과 유연성 등을 집합건물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일본과 비슷한 쟁점이 있는 한국의 상업용 집합건물에 대해 “상업용 집합건물은 주거용과 달리 건물 노후화에도 불구하고 구분소유자 간 이해관계 차이로 인해 재건축·리모델링이 어려운 만큼 일정 요건(80% 이상 구분소유자 동의 등)하에 용도변경과 같은 효용 증가를 이유로 구분소유권을 종료하고 건물·토지를 일괄 매각, 권리관계를 청산하는 제도 도입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며 “또한 현행법이 건물 노후화나 대규모 멸실만을 종료 사유로 인정하나 일본과 달리 한국법은 사회적 노후화 등 효용증가를 이유로 한 재건축 결의도 허용하기에 이를 확대 해석해 용도변경을 통한 일괄매각 및 구분소유권 종료도 다수결로 가능토록 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마노 구니키 명예교수는 일본의 관리조합에 대해 “일본의 경우 현재 관리조합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경우 외부전문가에 의해 관리가 이뤄지는 제3자 관리자제도가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 개정과 관리회사가 그 역할을 할 때의 주의점 등에 대해 발표했다.

학술대회 참가자들은 “공동주택을 수직증축할 경우 토지의 권리변동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주택의 종류에 맨션이 많고 대부분이 분양맨션인데 주택 임대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한 부분에 대해 “맨션의 임대율이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해 질문하며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한 참가자가 노 회장에게 “한국의 주택 임대비율이 어떻게 되는지”를 질문하자 노 회장은 “정확한 통계는 모르지만 한국은 많은 경우 절반 가까이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다”면서 “그 이유는 주택이 자산 증식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어 소유주가 직접 거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가마노 교수는 “구분소유법은 일본이 먼저 만들었지만 이후의 한국도 일본의 구분소유법을 활용해 집합건물법을 만들었지만 이후의 상황을 보면 한국의 실정에 맞춰 법 제도가 개정되고 독자적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어 일본도 배울점이 많다”고 말했다.

일본맨션학회는 지난 1991년 설립됐으며 분양 집합주택의 여러 문제에 대해 학자, 실무자, 입주자 등 다양한 회원들이 모여 토론을 하고 결과를 공유 및 보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술단체다. 매년 일본의 주요 도시에서 정례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으며, 노병용 우리관리 회장과 부설 주생활연구소 연구원들은 일본맨션학회 정회원으로 매년 학술대회에 참석해 일본과 교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