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생활연구소, AI 활용 실태 조사
우리관리 사업장 직원 552명 대상
[아파트관리신문=박수인 기자] “층간소음 안내문을 AI로 작성해봤는데 필요하신 분들 쓰세요” “초보 관리소장이라 새 법령 해석이 헷갈릴 때마다 AI에 먼저 물어봐요”
관리소장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요즘 심심찮게 눈에 띄는 글이다. 안내문 문구 하나를 놓고 한참 고민하거나 법령 해석을 두고 선배 소장에게 묻고 질의회신 사례를 일일이 뒤지던 일을 이제는 인공지능(AI)이 거들고 있다.
이런 변화는 주생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공동주택관리 효율화를 위한 관리사업장의 AI 활용 현황에 대한 조사’ 보고서에서 수치로도 드러난다. 우리관리의 의뢰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관리종사자 552명 가운데 74.3%(410명)가 이미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구소는 지난 8월 3일부터 31일까지 우리관리 소속 사업장 직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해 중복 참여를 걸러 낸 552명의 응답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 AI는 챗GPT·제미나이·클로드 같은 대화형 생성 AI로 한정했다. 응답자 직군은 소장직이 68.1%로 가장 많았고 경리직(9.8%), 관리직·기술직(각 8.9%), 서무직(3.6%)이 뒤를 이었는데 연령대로 보면 50대(47.8%)와 60대 이상(34.6%)을 합친 비율이 82.4%에 달했다.

연령대별 활용률은 30대 94.1%, 40대 81.1%, 50대 77.7%, 60대 이상 66.5%로 나이가 많을수록 낮아졌지만 60대 이상에서도 3명 가운데 2명꼴로 AI를 쓰고 있었다. 직군별로는 서무직(85%)과 소장직(80.9%), 관리직(75.5%)의 활용률이 높았던 반면 경리직은 61.1%에 그쳤고 시설관리 등 현장 업무 비중이 큰 기술직은 34.7%로 가장 낮았다. 근무 경력별로는 대체로 경력이 짧을수록 활용률이 높아 3년 미만에서는 81.4%에 이르렀다.

안내문·법령 검색에 집중
주 1회 이상 활용 85.6%
AI를 쓰는 관리종사자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업무(복수응답)는 ‘입주민 안내문·게시문 작성’(70.7%)이었고 ‘법령·규정 검색 및 해석’(67.3%), ‘민원 접수·처리 및 답변’(52.2%), ‘공문 작성’(50%)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관리비 부과·정산 및 회계 처리’(4.1%)나 ‘장기수선계획 수립·검토’(8.8%)처럼 자료를 분석해야 하는 업무에 AI를 쓰는 비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활용 빈도는 ‘거의 매일’이 40.2%, ‘주 2~3회’가 35.9% 등으로 활용자의 85.6%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AI를 쓰고 있었다.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복수응답)는 챗GPT와 제미나이가 각각 73.2%로 가장 많았고 클로드(16.1%)와 노트북LM(10.2%)이 그다음이었으며 무료 버전만 쓰는 비율은 71.5%였다. 사용법은 따로 배운 적이 없다는 응답이 46.3%로 가장 많았고 유튜브·블로그 등을 보며 익혔다는 응답이 23.4%였다.
업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5점 만점으로 물은 결과 ‘문서 작성 속도’가 4.41점으로 가장 높았고 ‘정보 검색·확인’과 ‘자료 요약·정리’가 각각 4.21점으로 뒤따랐다. 이처럼 도움을 크게 체감하면서도 AI 결과물을 업무에 쓰기 전에 검토한다는 응답이 90%에 이를 만큼 현장의 경계심은 높았다.
AI를 쓰면서 겪는 어려움으로는 ‘AI 응답의 정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50%)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질문(프롬프트) 작성이 어렵다’(30.2%), ‘유료 기능 비용이 부담된다’(25.6%)가 뒤를 이었다.
정확성 우려 77.2%
‘AI 맹신’ 민원도 새 부담
전체 응답자의 84.1%가 관리업무에 AI를 도입하는 데 긍정적이었고 89.7%는 AI가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볼 만큼 기대가 컸지만 그만큼 걱정도 적지 않았다. AI를 활용할 때 우려되는 점으로는 ‘AI 생성 정보의 오류 및 신뢰성 문제’를 꼽은 응답이 77.2%로 가장 많았고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39.3%), ‘개인정보 유출’(19.7%), ‘인력 축소’(13.2%)가 뒤를 이었다.

입주민의 AI 사용이 관리현장에 새로운 부담으로 떠올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입주민의 AI 활용 때문에 업무 처리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23.9%(132명)였는데 이 가운데 구체적 사례를 적은 122건을 유형별로 나눠 보면 입주민이 AI의 잘못된 법령·규정 답변을 사실로 믿고 민원을 제기한 경우가 68건으로 가장 많았고 관리사무소의 설명보다 AI 답변을 더 믿어 설득에 애를 먹었다는 경우가 32건이었다. 이 밖에 AI로 작성한 정교한 민원이나 내용증명이 늘었다거나 동대표가 검증 없이 AI로 만든 안건을 잇따라 올리고 회의 도중 실시간 검색을 하느라 회의가 늘어진다는 응답도 있었다.

AI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이들(142명)은 그 이유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27.5%), ‘사용 방법을 모름’과 ‘결과를 신뢰할 수 없음’(각 26.8%) 등을 들었다. 다만 이들 가운데 73.9%는 앞으로 AI를 활용할 뜻이 있다며 ‘관리업무에 특화된 AI 도구가 있을 경우’(53.5%), ‘쉽게 배울 수 있는 교육이 제공될 경우’(49.3%) AI를 쓰겠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5.2%는 AI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일회성 교육이라도 받은 응답자의 AI 활용률은 91.5%로 교육 경험이 없는 응답자(68.7%)보다 22.8%포인트 높아 교육의 효과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AI 활용 능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것으로도 ‘업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무 중심 교육’(76.8%)과 ‘관리업무에 특화된 AI 활용 매뉴얼·가이드 배포’(49.8%)를 꼽은 응답이 많았다.

박소현 주생활연구소 연구원은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정확성과 신뢰성에 대한 우려도 큰 만큼 AI가 생성한 정보를 검증하는 역량이 중요하다”며 “단순히 AI 사용법을 익히는 것을 넘어 실제 관리업무에 AI를 어떻게 적용하고 생성된 결과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서작업 너머 관리 전반으로
‘관리현장 특화 AI’ 구축
이번 조사는 AI가 관리현장의 일상적인 업무 도구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쓰임새를 문서 작업 너머 한층 스마트한 관리로 확장하는 일이 다음 과제임을 시사한다.
김영복 우리관리 대표는 “현장 종사자 대다수가 이미 AI를 업무에 쓰고 있다는 것은 아파트 관리가 단순한 노무 제공을 넘어 지식 기반의 종합 서비스로 나아가는 중요한 기로에 섰다는 신호”라며 “현재는 문서 작업과 법령 해석, 민원 응대 등이 중심이지만 앞으로는 회계 부정 예방과 계약 점검, 승강기 등 핵심 시설물의 예측 정비, 방재·방범까지 관리 전반으로 AI의 역할이 넓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개인의 역량에 기대는 방식에서 벗어나 관리현장에 특화된 AI 플랫폼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AI와 데이터, 사물인터넷(IoT)이 어우러진 관리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 국민 대다수가 사는 아파트가 한층 안전하고 투명하며 효율적인 삶의 터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